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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대학신문] 차별과 편견이 더 아픈 에이즈 환자들

관리자 | 2014.04.23 10:34 | hit. 889 | 공감 0 | 비공감 0

차별과 편견이 더 아픈 에이즈 환자들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올해도 많은 인권단체들이 감염인의 인권 증진을 위해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매년 보건복지부 앞에서 에이즈 감염인 인권보호를 위한 10대 요구안을 발표하고 문화제를 개최해 온 인권단체들은 최근 주된 감염 연령층이 20대로 내려오고 있는 추세를 반영해 올해는 젊은 층을 위한 콘서트와 플래시몹을 포함한 다채로운 행사를 열 예정이다.

에이즈는 1981년 미국의 동성애자 남성 5명을 통해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종교인과 정치인들은 앞다퉈 에이즈를 성적 방종의 대가, 동성애자에 대한 자연의 복수로 규정하며 에이즈에 잘못된 은유를 덧씌웠다. 미국에서는 에이즈가 질병 그 자체로 인식되지 않고 성적으로 문란한 사회에 가해지는 징벌로 받아들여지면서 한동안 에이즈는 위로받을 수 없는 질병이 되고 말았다.

한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는 1985년에 첫 에이즈 감염인이 보고됐으며 당시 정부와 언론에서는 에이즈를 불치병으로 단정 짓는 등 국민들의 에이즈에 대한 공포와 편견을 조장했다. 질병관리본부의 2012년 통계에 따르면 내국인 HIV/AIDS 총 감염자 수는 7,788명으로, 지난해 새로 신고·보고된 사람은 953명이다. 총 457명이 신고·보고됐던 2002년 이후 10년 만에 약 2배가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에이즈 감염인 수는 증가하고 있는 데 반해 감염인의 인권 수준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 5일(화) HIV/AIDS 나누리플러스의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수동연세요양병원에서 에이즈 환자를 대상으로 한 노동착취, 성폭행 의혹 등이 공개돼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특히 수동연세요양병원은 에이즈 환자가 머물 수 있는 유일한 병원이며 정부의 에이즈 관리사업 위탁기관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이 특정 병원에서 일어난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한국의 척박한 에이즈 감염인 인권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지적한다.

무엇이 그들을 아프게 하는가?

에이즈 감염인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으로는 비감염인이 가진 에이즈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꼽힌다. 2012년 질병관리본부가 실시한 에이즈에 대한 지식, 태도, 신념 및 행태조사에 따르면, 일반인들이 에이즈에서 연상하는 단어 중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10.8%로 가장 많았으며 죽음(9.4%)과 불치병(7.3%)이 그 뒤를 이었다. 현재 효과적인 에이즈 치료제가 많이 개발돼 에이즈 환자도 치료만 잘 받으면 30년 이상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에이즈는 당뇨병,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으로 분류되지만 아직 일반인들의 인식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또 조사 결과 에이즈 환자에 대한 낙인효과를 일으키는 단어인 동성애자(7.3%), 문란한 성생활(6.8%), 소외·격리·외로움·절망·좌절(3.4%), 불결하다(3.1%) 등이 뒤를 이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인들의 에이즈 감염과 치료에 관한 상식 역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의 2012년 조사에서 ‘식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72.6%의 응답자들이 알고 있었지만 ‘키스를 하는 것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61.1%), ‘모기에 물리는 것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43.4%)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응답자는 많지 않았다. ‘에이즈는 제대로 치료하면 20년 이상 생존할 수 있다’라는 사실을 아는 응답자는 60.5%로 에이즈의 치료 효과에 대한 믿음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시민단체의 에이즈 예방교육과 홍보에 힘입어 에이즈가 생활접촉으로는 감염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증가하는 추세지만 에이즈 환자에 대한 오해와 위화감은 여전한 것이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의 김현진 팀장은 “일반인들에게 한센병에 대한 편견이 이미 굳어진 다음 이를 바꾸기 위해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던 것처럼,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비감염인들의 위화감과 불안감을 빠른 시일 안에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편견을 방치하고 권하는 사회

에이즈에 대한 편견은 미디어를 통해 확대 재생산 돼왔으며 이를 통해 반복 주입된 편견은 대중들의 편견을 강화시켰다. 단적인 예로 2011년에 소나무 재선충병을 소나무 에이즈로, 참나무 시듦병을 참나무 에이즈로 표현한 언론의 보도가 문제시된 바 있다. 2012년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따르면 에이즈에 대한 언론의 선정적이고 부정적인 보도는 긍정적인 것에 비해 2배 이상 많았으며 보도된 기사의 유형도 사건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스트레이트 기사가 89.4%를 차지한 반면 에이즈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와 심도 있는 해석을 제공하는 해설, 기획기사는 5.6%에 불과했다.

에이즈 검사 역시 감염자들을 인권의 사각지대에 몰아넣고 있다.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예방법)’에는 에이즈 검사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건소에 방문해 무료로 익명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돼있지만, 실제 시행에 있어 잘 지켜지지 않아 감염인의 인권을 위협하고 있다. 2012년 HIV/AIDS 신고 현황에 따르면 신규환자로 보고된 953명 중 자발적으로 익명검사를 받아 보건복지부에 보고된 사람의 수는 163명에 불과하다. 감염자가 건강검진이나 수술 전 사전검사를 통해 감염사실을 비자발적으로 알게 되는 경우에는 익명성 보장이 힘들기 때문에 인권침해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예방법에는 검진 대상자 본인 외의 다른 사람에게 검진 결과를 통보할 수 없도록 명시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잘 지켜지지 않아, 감염 사실이 감염자가 소속된 직장에 알려져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꽤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병희 교수는 “직장의 정기 건강검진에 에이즈가 포함돼 있으면 사측은 예방법에 따른 사전고지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하고, 근본적으로는 에이즈 감염이 스스로 의심되는 사람이 보건소에서 자발적으로 받는 익명검사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에이즈 환자를 위한 의료 인프라의 확충 역시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에이즈가 만성질환이 되면서 요양이 필요한 환자가 증가한 만큼 국가 지정 요양병원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에 인권침해 문제가 터진 수동연세요양병원은 현재 유일한 국가지정 요양병원인데 피해자들은 만약 이 곳을 떠나게 된다면 갈 곳이 없다는 절박함 때문에 부당한 처우와 인권침해에 쉬쉬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한다. 나누리플러스 정율 활동가는 “수동연세요양병원은 지정 취소가 돼야 마땅하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에이즈 요양병원 지정확대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 그래픽: 이예슬 기자 yiyeseul@snu.kr


차별철폐가 곧 예방이다

『은유로서의 질병』의 저자 수잔 손택은 “환자가 가장 깊이 두려워하는 것은 질병의 고통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을 비하한다는 고통”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수동연세요양병원에서 에이즈 환자는 자신이 에이즈 환자라는 사실을 암 환자에게 알리는 것이 철저히 금지됐으며, 외부와 격리된 생활을 하며 환자는 사회에 그들의 고통을 말할 수 없었다. 에이즈 환자는 질병으로 인한 고통에 더해 그들을 배제하는 사회에 의한 고통까지 이중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많은 에이즈 환자들이 구직 시 검강 검진 결과 때문에 차별당해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생활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문제로 지적된다. 조 교수는 “에이즈 환자가 국가의 구호에 의해서만 생계를 꾸려나가면 자존감이 점차 낮아지게 된다”며 “에이즈가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에이즈 감염인도 비감염인처럼 떳떳하게 일할 수 있는 세상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이즈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사회적 낙인이 지속된다면 에이즈 감염자들은 점차 음성화 될 수밖에 없다. 한국에이즈퇴치협회 전관우 부회장은 “에이즈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심하기 때문에 감염인은 증상이 겉으로 드러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되고 나서야 억지로 검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차별이 사라져야 감염인의 자발적 검사도 늘어나고 에이즈 확산을 막기 위한 감염인의 콘돔 사용 빈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감염인 차별 철폐가 곧 예방과도 같다”고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차별 철폐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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